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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문각출판사 -(시詩가 있는 와인 산책) 와인은 유혹이고 낭만이며 즐거움이다

by GOLF MONTHLY CEO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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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단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에서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모닝커피를 마시러 가던 중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다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 일인가. 1991년 4월의 어느 날 해 질 녘에 나는 독일 바덴바덴의 고성(古城)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 독일 빌트인 주방기기 회사인 Gaggenau사의 한국 Distributor로 초대받은 만찬이었다. Gaggenau사의 마케팅 담당

 

이사인 바일러 씨가 조심스럽게 따라 준 와인은 샤토 무통 로칠드였으니, 100퍼센트 여자를 만난 것처럼 내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짙은 루비색의 그녀에게 나는 시선이 끌렸고, 감미로운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였으며, 화려한 아로마에 잠시 도취되었다. 100퍼센트 여자를 만나 첫눈에 반하는 기분이었다. 무통 로칠드 과실 향의 달콤함과 바닐라의 부드러운 향에 유혹되어 잠시 호흡을 멈추었다. 와인의 맛은 파워풀했고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맛이 다가왔다. 붉은 과실 향의 탁월한 농축미, 텍스처,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이 어우러져 경탄을 자아내었다. 잔잔하게 퍼지는 뒷심과 여운은 달콤하다 못해 황홀하였다.

 

무통 로칠드의 화려하고 우아한 맛에서 나의 와인 여정은 시작되었다. 와인의 매력에 빠져 지난 30여 년간 프랑스 와인, 이탈리아 와인, 독일 와인, 스페인 와인, 포르투갈 와인 그리고 신세계 지역의 미국 와인, 호주 와인, 뉴질랜드 와인, 칠레 와인 그리고 아르헨티나 와인에 대해 학습하고, 테이스팅 하면서 친교를 맺어 왔다. 와인은 끊임없이 미각과 지적 탐구를 자극하여 왔으며, 나를 유혹하는 매혹적인 연인으로 다가왔다.

 

와인 한 잔을 마시는 것은 모든 것이 바쁘고 팍팍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소중한 쉼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잔의 와인 속에는 오랜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 있다. 그리스도의 피로 상징되는 와인,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께서 제자들과 나누어 마셨던 와인, 홍수 이후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주조해 즐겨 마시면서 350년을 살았으며 950세까지 장수한 노아, 그리스의 밤 와인 향연이었던 심포지엄, 로마의 광란적인 바카날리아, 와인의 주신인 디오니소스나 바쿠스, 나폴레옹이 애호했던 샹베르탱 그리고 아비뇽 유수 이후 교황의 와인이 된 샤토네프 뒤 파프가 있다.

 

한 잔의 와인은 이처럼 우리에게 지난날의 무수한 이야기와 사건들을 전해 준다. 와인은 단순히 취감을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다.

와인이 간직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음미해 보는 여유와 낭만을 가져 본다면 더없이 즐거울 것이다. 와인을 음미할 줄 아는 감성은 와인이 주는 삶의 향기를 우리들 삶 속에서 풍요롭고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되 와인에 내재된 역사적, 문화적 이야기와 자연의 산물인 와인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며 음미할 수 있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와인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개된 와인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면, 와인 애호가로서 그보다 더한 바람과 기쁨은 없을 것이다.

 

한 잔의 와인을 마시면서 먼저 그 와인이 발산하는 미묘한 색깔에 대해 잠시 환상에 젖어 보는 것도 새롭게 느껴지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 가장자리가 보라색을 띠는 검붉은 빨강에서 체리 빛이 도는 옅은 빨강까지 그 느낌과 뉘앙스가 다양하다. 화이트 와인은 잔의 가장자리에 초록색을 띠는 옅은 노랑에서 짚 같은 색을 거쳐 황금의 짙은 노랑까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다음으로 코로 잔을 옮겨 깊숙이 와인의 향을 들이마시면, 과일 향, 꽃 향, 미네랄 향, 동물 향, 가죽 향, 시가 향 등 다양하고 오묘한 와인의 향을 느껴 보는 것은 와인 한잔의 낭만을 추구하는 일이기도하다. 찬찬히 한 모금 입에 머금고 혀를 굴리며 입 전체에 자극을 가하면, 벨벳이나 실크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있고, 거친 타닌이나 높은 산도로 까칠하고 거칠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와인이 전해 주는 다양한 맛과 질감을 즐길 수 있다면, 와인 한잔의 맛과 낭만을 그 어디에 비하랴.

 

즐거운 식사는 모두를 기쁘게 한다. “와인 없는 식사는 태양 없는 낮과 같다.”라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처럼 식사에서 와인의 역할은 단순이 목을 축이는 음료가 아니라, 서구 음식 문화에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식사에 어울리는 적절한 와인은 함께하는 음식의 맛에 절묘한 무엇인가를 더해 준다. 영국의 역사학자 테오도르 젤딘은 “식도락이 행복을 창조하기 위해 음식을 활용하는 예술이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와인과 음식의 섬세한 조화는 실로 최상의 행복감을 안겨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은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 와인은 식사에 맛과 활력을 배가시켜 주며, 식욕을 돋우고 음식에 맛을 더해 준다. 또한, 대화를 원활하게 해 주고 행복을 배가시키며 단순한 식사를 인생에서 기억할 만한 사건으로 변화시켜 준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와인을 궁합이 맞는 음식과 함께한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외교관이었던 폴 클로델은 “와인은 내적인 집중력을 연습하게 하는 스승이며, 정신의 해방자이자 지적 능력을 일깨우는 존재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 이상이다.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매개체이며, 우리가 잊어버렸던 감각들을 소생시켜 주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지난 30여 년간 나와 인연을 맺어온 와인에 대한 나의 열정이 담긴 와인 탐구서이며, 나의 와인 사랑 고백서이기도 하다. 이 책이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생의 오솔길에 작은 쉼터가 되길 바란다. 와인의 매력에 빠진 지난 세월 동안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모임 때마다 와인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와인과의 교감을 이어가게 해 준 상시회(常視會) 회원들과 일화회(一火會)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원고를 집필하는 데 도움을 준 김동환 시인과 부족한 원고를 책으로 출판해 준 광문각 박정태 대표님과 편집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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