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소설가 칼럼 -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추석의 의미를 생각하며…
추석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로, 한 해의 결실을 나누고 감사하는 날이다.‘가을 저녁’이라는 뜻을 가진 추석(秋夕)은 음력 8월 15일, 가을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시기는 농작물이 풍성하게 익어가며, 자연이 준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족들이 모여 한 해의 수확을 나눈다. 그러나 올해는 추석이 9월 중순이라 추수도 이르고 과일도 충분히 익지 않아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고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추석은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며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렸고, 이는 자연과의 조화와 가족 간의 유대감을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와 달리 추석의 의미가 많이 쇠퇴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 사회의 바쁜 일상과 도시화로 인해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기회가 줄어들고, 추석의 본래 의미인 나눔과 감사의 정신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추석은 단순한 휴일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고 조상들에게 예를 다하며, 풍성한 음식과 함께 나눔과 화합을 기념하는 명절이었다. 대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고, 조상의 묘를 돌보는 것은 추석의 필수적인 의식이었고, 이를 통해 가족 간의 유대감과 전통을 재확인하곤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추석의 의미와 풍경도 많이 변하고 있다. 오늘날 추석은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명절에서 점차 개인의 시간을 중시하는 휴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대가족이 함께 모이는 풍경은 점차 줄어들고, 그 대신 각자의 삶에 맞는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명절을 혼자 보내는 이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도시화와 함께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대부분 같은 지역에 거주했기 때문에 명절마다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경제적 이유나 직장, 교육 문제로 인해 가족들이 전국, 더 나아가 해외로 흩어져 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온 집안 식구가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의 풍경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현대인들이 명절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다. 명절 음식 준비나 집안일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오히려 추석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과거의 추석은 공동체와 가족의 결속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지만, 현대의 추석은 개인의 행복과 휴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미가 변하고 있다. 물론 가족과 함께 모여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추석에 대한 기대와 인식은 세대에 따라, 그리고 사람의 생활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추석이 전통적으로 가족의 화목을 상징하는 시간이었다면, 현대는 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명절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의 추석은 각자의 방식대로 보내는 자유로움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모여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형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추석의 본질적인 의미인 나눔과 감사, 그리고 가족과의 소통은 여전히 소중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추석이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유대감을 주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감사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시대일수록, 명절은 더욱 소중해질 수 있다. 비록 추석의 모습이 계속 변하더라도 우리가 여전히 기억해야 할 것은 ‘함께 나누는 마음’이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 오늘날 추석의 새로운 의미가 아닐까?
우리는 이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추석의 의미를 재해석하며,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을은 본디 알곡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들판의 곡식이 무르익듯, 우리 마음도 이 계절에 풍성하게 채워지기를 바란다.
추석에 뜨는 둥근 보름달을 올해는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상청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다음 주 화요일인 추석 당일 오후에 비가 올 확률이 60%이다.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을 보며 풍요와 행복을 기원했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달이 둥글수록 가족의 화목과 행복이 가득할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모쪼록 추석날 저녁 비가 내리지 않아 커다란 둥근달을 보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학력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아동교육학 석사과정
데뷔
2016년 중편 소설 '묵호댁'
수상
2023년 제47회 시와창작 세종문학상
2023년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
경력
2024.07~ 경상북도 영덕군 명예 홍보대사
2023~ 강원도 화천군 홍보대사